Case Study#14 Invasion #Galaxy 2019 Samsung X RIGA X Disney_Starwars_film
- 성식 공
- 2021년 2월 15일
- 3분 분량
짧은 감상
문화컨텐츠의 힘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기술력까지도 뛰어넘는 어마어마한 파급력을 지녔다. 이는 디즈니랜드와 에버랜드, 일본의 애니메이션 사업과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와 같은 신생(비교적) 컨텐츠에서 롤렉스, 프라다와 같은 명품 브랜드, 그리고 최근의 유튜브 컨텐츠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에 미처 인지하지 못하는 곳곳에, 그리고 ‘소비’에 밀접히 연관되어 있었다. 특히 디즈니의 ‘Imagineering’이나, 디즈니 랜드의 다양한 놀이기구들로부터 우리는 이 문화컨텐츠와 현대 기술력의 조화가 어떠한 시너지 효과를 내는지 오랜 기간 익숙히 알고 있다. 이번 삼성의 스타워즈 AR 프로젝트는 그런 점에서 과거의 공식적인 시너지를 잘 활용하면서도 현대적인 기술적 요소나 구현화적인 면에서 한 층 더 발전된 버전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장 인상깊었던 점은 AR 프로젝션을 도심 상공에 시간차를 두고 움직이게끔 구현화했다는 점이었다. 구체적으로는 AR 프로젝션을 통한 STAR WARS starship AR은 멤버십 앱 - 갤럭시 디바이스를 통해서만 관찰할 수 있는데, 그 AR이 만약 실제로 전국을 돌고 있다면, 관찰할 수 있는 시간이 한정적이 된다는 점을 이용해 그러한 측면을 실제 관찰시간에 반영하여 구현해 내었다는 부분이다. 평시 상태/일상의 상태가 starship이 없는 상태인데 반하여 이러한 경우, 실제 starship을 제작하였던 그저 AR로만 프로젝션하였던 ‘그것이 어디에선가 돌고 있을 것이라는 상상’에서 오는 충족감을 어느 정도 구현한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많은 SF 장르의 팬들이라면 한번쯤은 기대해 보았을, 영화 속에서만 존재하던 눈부신 과학기술을 직접 목도하는 순간을 선물하였다는 점에서도 충분히 혁신적인 프로젝트라고 생각한다.
정리해보자면 눈여겨 볼 것은 두 가지였다. ①‘스타 워즈’라는 문화 컨텐츠, ②AR 프로젝션 기술력과 인문학.

2. 문화 컨텐츠에 관한 잡담
실제로 이러한 문화사적인 학문의 방향으로 들어가면 오늘날 찾아볼 수 있는 공감가는 일들이 참 많은데, 내가 이 예시를 가장 처음 피부에 와닿게 이해한 것은 고등학교 시절 한 강연에서였다. 우리나라에는 대표적인 놀이동산 에버랜드가 있지만, 세계적으로 가장 손꼽는 놀이공원은 다름아닌 디즈니랜드이다. 재미있는 것은 공원 안에 있는 기구에 사용된 기술력이나 롤러코스터의 속도, 길이 등은 에버랜드가 한참 앞서는데도, 많은 사람들에게 각광받는 곳은 후자 쪽이라는 점이다. 여기에서 보통 우리는 ‘놀이공원’이라는 공간의 본질적인 가치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게 된다. 결국, 놀이공원에 사람들이 가는 이유는 더 빠르고, 곡예적인 경로를 달리는 놀이기구를 타기 위함이 아니라 친구, 연인, 혹은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질문으로 그러한 즐거움 자체가 어디에서 오는가 하는 질문의 끝에는 역시 모두가 공유하는 문화 컨텐츠가 하나의 큰 역할을 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뿐일까? 일상생활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제품들, 하다못해 기업의 브랜드 스토리나 광고마저도 저마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사람들의 소비와 시대의 흐름이 겹치고 쌓여 형성된 이 거대한 미디어 덩어리는 우리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권력을 쥐고 있다고 생각한다.
문화 컨텐츠는 현대과학의 발전에도 큰 기여를 하였다. 우주 영화의 큰 획을 그은 고전 영화 ‘스타 트랙’은, 과학 도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모를 수 없을만큼 자주 인용되는 일종의 ‘밈‘과 같은 존재이다. 현대에 와서 과학계에 큰 기여를 이룬 과학자들 중의 대부분이 어린 시절부터 ‘스타 트랙’을 보며 과학에 대한 꿈을 키워왔다거나, 획기적인 연구 방향의 실마리를 그곳에서 찾았다고 종종 고백한다. 굳이 해당 영화가 아니어도, 과학/기술 연구계에 최전선에 있는 사람들은 새로운 연구의 방향이나 기원에 대한 영감을 찾기 위하여 문화 컨텐츠를 심심치 않게 참조한다고 한다. (사실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과학은 수백, 수천 년 전의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최전선 연구에 있는 사람들은 이 세상에 없는 것들에 대해 연구해야 한다. 이를 종종 ‘어두운 동굴 속을 헤맨다’는 말을 빗대어 사용하기도 한다.) 결국 기술이란 것은 인간의 욕망대로 발전하기 마련인데, 그것이 가장 잘 표현되면서도 설득되는 수준(가까운 미래에는 정말 가능할 것 같은 기술)으로 표현이 된 것이 각종 문화컨텐츠에 많이 묘사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끄럽지만, 최근까지만 해도 소설이라면 좀처럼 읽지 않으려 하는 못된 습관이 있었다. 소설은 허구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와 닿지 않고, 그저 재미를 추구할 뿐이라면 만화를 보면 된다는 것이 나의 짧은 생각이었다. 그러나 곳곳에 숨어있는 작은 ‘이야기들’, 그러한 이야기 속에서 그려지는 ‘등장인물들’, 진정으로 다양한 작품들이 지니는 가치에 대하여 조금은 느끼게 되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소설에서만 찾을 수 있는 가지각색의 플롯이나 섬세함, 혹은 문화사적인 가치에 대하여 지금까지 모르고 있었던 것이 참 아쉽다는 생각도 들었고, 그의 근본이 되는 때아닌 역사 문화사에도 넘겨짚는듯 싶으면서도 관심이 갔다.
그래서 최근 읽게 된 소설의 플롯에 관한 책이 있는데, 나의 오랜 질문을 시원하게 답해주어 여기에 소개해보려고 한다. 난 항상 사실 소설이나, 극 예술과 같은 허구의 문학은 어디까지나 꾸며낸 이야기일 뿐인데 사람들이 왜 그것에 그렇게까지 열망하는지 궁금했다. (나 자신도 허구로 꾸며낸 공상 SF 만화영화를 좋아하면서도..ㅋㅋㅋㅋ)
책의 대답은 이러하였다. 실은 들여다보면 인생이란 것이 우연의 연속이라는 거다. 하루를 살더라도, 우리의 자유의지가 있다 한들 마음처럼만은 되지 않는 것이 인생이다. 길거리를 지나가다가도 우연히 지인과 마주칠 수도 있는 것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상의 세계이다. 최초의 유기물이 합성된 것도 우연이고, 지구가 딱 생명체가 만들어지기 좋은 위치에 있는 것 또한 우연이고, 보다 심오하자면 모든 것이 현재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 또한 확률의 영역이다(불확정성 원리).
그러나 소설은 다르다. 다양한 가능성이 존재할 수는 있어도, 반드시 필연적으로 하나의 결과로 이어지며 그는 다른 그 무엇이 아니고 그 결과가 되어야만 하는 납득할만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물론 그렇지 않은 소설이 있을 수는 있지만, 그러한 소설은 으레 ‘플롯의 짜임새가 허술하다’ 라고 불린다.) 우리의 삶과는 다르게 위태로운 우연 속에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확고한 법칙과 안정된 흐름 안에서 흘러가는 것이다. 책에서는 그러므로 확률의 세계에 살아가는 우리는 자연스레 안정의 세계를 추구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고도 덧붙인다. 어쩌면 흔히 ‘삶이야 말로 진정한 드라마’라고 듣는 토속적인 비유가 이를 관통해서 보여주는 좋은 문장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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