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독증을 앓고 있는 아이들을 위한 한글 교구와 케이스” [Tangible]
- 성식 공
- 2021년 1월 9일
- 3분 분량
경계성 지능을 가진 아이들의 기초 학습을 돕는 일을 하는 지인을 통해 난독증을 앓고 있는 아이들이 한글을 배우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학습 장애의 일종인 난독증은 (특정 증상이 뚜렷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는) 표기된 문자와 그 문자의 소리 간의 관계를 연결짓는 데 어려움이 있는 증상을 지칭한다. 또한 발병 요인의 70퍼센트 정도가 유전적 요인이기 때문에 대물림되기도 하는 안타까운 질병이다.(서울 아산병원 질환백과 참조)
지인은 수 년간 학습 코칭을 했던 아이들의 일부가 위와 같은 증상을 보였지만, 난독증에 대해 미처 알지 못하여 적절한 코칭을 하지 못했던 것이 후회스럽다고 했다. 사실 난독증이 있으면 더 전문적인 교육을 받아야 더 효과적으로 학습할 수 있지만, 다양한 요인(경제적 요인, 부모의 무관심, 전반적 상황에 대한 무지, 난독증 진단 자체의 난해함 등)으로 인해 특수 교육의 혜택이 일부 아이들에게는 미처 닿지못한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안타까웠던 것은 지인이 만났던 아이들이 아니고서라도, 전국적으로 많은 아이들이 같은 상황에 처해 있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들어서였다. 물론 많은 난독증 치료사분들이나, 특수 교육자분들께서 많은 일들을 하고 계시지만, 이렇게 미처 발견되지 못한 아이들이 생겨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 가 있다는 것 역시 사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러한 난독증, 혹은 난독증과 유사한 증세를 보이는 아이들을 가르칠 때 도움이 될 수 있는 교구를 만들어 보기로 하였다. 내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중점 사항이 있었다.
1.다중 감각을 자극하는 형태일 것
Orton-Gillingham Approach 에 따르면, 글자를 학습할 때 다중감각을 자극시키는 상황이 지속적으로 주어지면 난독증을 가지고 있는 아이일 지라도 학습 능률이 많이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조 :
- “Phonoblocks” : A tangible system for supporting dyslexic children learning to read, 2015, Stanford, CA, USA
- Use of Orton-Gillingham Approach to teach foreign language to Dyslexic(Learning-disabled) Students: Explicit teaching of phonology in a second language. Richard L. Sparks, College of Mt. St. Joseph. Cincinnati, Ohio)
그래서 한글 문양을 보고 만질 수 있도록 실체화 시킨 뒤(시각, 촉각적) 촉각적 자극을 극대화 시키기 위해 표면에 에칭을 강하게 넣었다. 청각적 자극은 교사가 학습을 진행하면서 얼마든지 제공할 수 있다.

2.번잡스럽지 않은 교육 환경을 제공할 것
아이들이고, 집중력이 다소 부족한 친구들이다 보니 교육환경이 정돈되어 있지 않으면 쉽게 방해(distracted)를 받고, 나아가 효과적인 학습 교구가 아니게 될 것이라는 지인의 조언을 따랐다.
그래서 자음, 쌍자음, 모음, 이중모음을 합친 40개의 글자들이 정돈된 상태에서 아이들에게 제공(present)되고, 이들을 쉽게 보관할 수 있는 케이스를 함께 제작하여 교육의 과정적인 측면이나 전달 방식에 있어 보다 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디자인하였다.
3.안전할 것
특히 학습능력이나 지적인 능력이 정상이지 않은 아이들과 함께 사용되는 물건이므로 물리적, 열적 내구성도 충분히 갖추고, 인체에 무해한 성분으로 최대한 구성할 수 있도록 설계하였다.
시뮬레이션 결과 케이스와 아크릴 조각 모두 책상 높이(1m)에서 20회 떨어뜨렸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손상이 없었다. 또한, 모든 모서리 부분이 날카롭게 잘리거나 가공되지 않도록 제작과정에서 충분히 노력하였다.
<제작 과정>
한글 교구
레이저로 날카롭지 않게 부드럽게 잘라낸 아크릴(5 T)에 출력을 높이고 작업시간을 늘린 레이저 에칭(에칭이 더 깊고 진하게 들어감)
비상업적 목적의 이용이 가능한 폰트를 사용
최대한 쌍자음 또는 이중 모음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폰트를 선택해서 트레이스, 일러스트레이터로 일부 수정
출력물 사포질로 혹시 모를 모서리날 연마
이들의 한글 학습이 어절이 아닌, 음절단위로 이루어짐을 감안하여 자모당 5개씩 제작 (예: 랄랄라 ㄹ 5개 필요)

케이스
각 한글 자모 당 5개까지 여유롭고 보관이 가능하고, 손가락을 넣어서 집을 수 있을만한 구멍 사이즈
단순한 동작으로 케이스를 열 수 있는 slide형 케이스(2T 아크릴)와 가이드 스윕
갈라짐 현상을 방지하고 날카롭지 않도록 모든 모서리부분 라운드 처리(0.5mm ~1mm)
브릿지 부분의 서포트를 제거하기 힘든 형태(얇고 긴 홈) 이므로 서포트를 매우 약하게만 설정하였음
바닥 보조물 Raft, 1번 레이어부터 쿨링팬 가동 설정
친환경적이고 열이 가해지더라도 유해 성분이 적은 PLA 플라스틱 사용
산만해지지 않도록 심플하고 직관적인 디자인
교육 환경에서 따뜻한 느낌을 주기 위한 다홍빛 색감 사용

사족.
실은 이와 비슷한 원리로 제작한 전문가용 교구가 실제로 있다. 그러나 이러한 원리에 대한 이해를 가지고 사용할 수 있는 난독증 전문가들이 미처 만나보지 못할 가능성이 있는 아이들이 다수 있다는 점, 그리고 제작 단가가 매우 낮았다는 점에서 이 또한 나름의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품은 지인에게 선물하였다. 뿌듯한 작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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